어느 고을에 어린 나이에 시집을 온 며느리가 있었다. 하루는 시어머니가 솥에 쌀을 앉히고는 며느리에게 불을 때라고 이르고 잠시 밖으로 일 을 보려 나갔다. 며느리는 아궁이 앞에 앉아 불장난까지 하면서 불을 때고 있는데. 어디선가 이상한 냄새가 났다. 깜짝 놀라 솥뚜껑을 열어보니 밥이 새 까맣게 타 있었다. 식구들의 한 끼를 고스란히 망쳐 놓았으니. 며느리는 그만 부엌바닥에 털썩 주저앉아 울었다.
그 때 시어머니가 돌아 왔다. 며느리가 엉엉 울고 있으니. 눈이 휘둥그레져서 물었다 ..
“얘야. 무슨 일이냐”
며느리는 차마 대답을 못하고 손으로 솥을 가리키며 계속 울었다. 시어머니는 솥뚜껑을 열어보더니. 별일 아니라는 듯 며느리를 다독였다..
“괜찮다, 내가 늙어서 눈이 어둡다보니 밥물을 잘못 앉혔구나”
조금 뒤 아들이 들어오다가 이 광경을 보고 말했다.
“아이구, 아침에 내가 귀찮아서 물을 조그만 길어다 놓았더니 물이 적어서 그랬군요. 제 잘못이예요.”
조금 뒤 또 시아버지가 들어오다가 이 광경을 보았다. 며느리는 바닥에 앉아 울고 있고 부인과 아들이 서로 자기 잘못 이라고 하니 무슨 일이 있는지 물었다?
부인에게서 사정을 다 듣고 난 시아버지는 또 이렇게 말했다.
“다 그만둬라 내 잘못이다. 늙은 내가 아침에 근력이 부쳐서 장작을 굵게 패 놓고 말았더 니 불이 너무 과해서 그런 모양이다”
abcXYZ, 세종대왕,1234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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